외국인 가족의 경찰 조사 — 곁에 있는 가족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툰 배우자가 경찰서에 다녀와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집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바뀝니다. 당사자는 한국의 절차를 모르고, 지켜보는 가족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 사무실 문을 먼저 두드리는 쪽은 거의 언제나 한국인 가족이고, 바로 그 가족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이 법에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선 조사의 출발선은 국적과 무관하게 같습니다. 어떤 일로 출석을 요구하는 것인지부터 확인하고, 준비되지 않은 채 서둘러 나가지 않으며,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 미리 변호사와 상의하는 순서까지는 누구에게나 공통입니다.
외국인이라서 더해지는 첫 번째는 말의 문제입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조사받는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통역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일상 회화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마다하는 분들이 있는데, 조사실에서 오간 말은 한국어 조서로 남고 서명과 함께 본인의 진술이 됩니다. 뉘앙스 하나가 결론을 흔들 수 있는 자리인 만큼 통역은 끝까지 받는 편이 안전하고, 가족이 옆에서 말을 옮겨 주는 방식도 권하지 않습니다.
가족이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는 본인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조사에 변호인이 들어가도록 해 달라는 신청 역시 가족이 할 수 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절차를 몰라 머뭇거리는 당사자를 대신해 바깥에서 방어의 틀을 짜 주는 것 — 그것이 한국인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
체포나 구속에 이르렀다면 본국 영사기관에 알리도록 요청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다만 영사기관은 자국민을 돕는 창구일 뿐 사건을 방어해 주는 곳이 아니고, 알릴지 말지도 본인이 정할 문제여서 사정에 따라서는 요청하지 않는 선택도 있습니다.
끝으로, 외국인 사건은 형사 결과가 나온 뒤가 더 길 수 있습니다. 같은 처분이라도 체류자격의 연장이나 변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사 단계의 대응을 처음부터 체류 문제와 함께 놓고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죄명과 사안의 무게, 체포 여부, 체류자격의 종류와 남은 기간, 피해자와의 합의 가능성에 따라 순서와 판단은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외국인 가족의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혼자 짐작으로 움직이기 전에 상담을 통해 지금 단계에서 할 일부터 함께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