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조예 Joye Law
법률칼럼

빚이 함께 온 상속 — 3개월 안에 정해야 할 세 가지 길

3분 분량 조회 8 장지희
빚이 함께 온 상속 — 3개월 안에 정해야 할 세 가지 길

가족을 떠나보낸 직후는 서류를 들여다볼 기력이 가장 없는 시기이지만, 공교롭게도 법의 달력은 바로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상속은 예금이나 집 같은 재산만이 아니라 갚아야 할 돈까지 한 묶음으로 넘어오는 제도이기 때문에, 민법은 상속인에게 이 묶음을 어떻게 받을지 정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그 기간 안에 고를 수 있는 길은 셋입니다. 재산과 빚을 모두 그대로 이어받는 단순승인,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겠다는 조건을 붙여 받는 한정승인, 그리고 처음부터 상속인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속포기입니다. 눈여겨보실 대목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은 채 기간이 지나가면 법이 첫 번째 길을 고른 것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머뭇거림이 곧 가장 무거운 선택이 되어 버리는, 흔치 않은 구조입니다.

남은 두 길은 쓰임새가 다릅니다. 한정승인은 재산과 빚 가운데 어느 쪽이 큰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또 가족이 살고 있는 집처럼 꼭 지켜야 할 재산이 있어 물러나기 어려울 때 검토하게 됩니다. 상속포기는 빚이 많다는 것이 분명할 때의 정리 방식인데, 여기에는 가족들이 자주 놓치는 구조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한 사람이 내려놓은 몫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차례의 가족에게 옮겨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결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설계해야 하는 결정입니다. 그리고 어느 길이든 마음속 결심이나 가족끼리의 약속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법원의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기간 안이라고 마음을 놓기도 이릅니다. 방향을 정하기 전에 고인의 예금을 찾아 쓰거나 값나가는 유품을 처분해 버리면, 상속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되어 다른 길이 닫혀 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순서는 언제나 같습니다. 고인의 재산과 빚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조회 제도를 먼저 이용해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그때까지는 상속재산에 손을 대지 않으며, 그림이 나온 뒤에 가족이 함께 길을 고르는 것입니다.

빚이 섞인 상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드는 문제이므로, 재산 상황이 불확실한 상속을 마주하고 계시다면 3개월의 달력이 다 넘어가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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